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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와 의미와 의식을 버리면 보이는 것들
밴드의 첫 정규 앨범은 중요하다. 중요한 만큼 욕심을 부리게 되고, 앨범을 내는 데 모든 것을 소진한다.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그렇게 되기 쉽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는가’와 같은 것들이다. 파라솔의 첫 정규 앨범은 그런 부분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은 고민과 시간을 쏟은 결과물이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계속 음악을 해나가고, 많은 사람들이 파라솔에 공감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지금의 우리가 왜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알 수 있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지금은 비록 우리가 하고 싶은걸 하다 보니 이렇게 만들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지만.

깔끔하고 정제된 사운드에 대한 의지를 버리다.

전 곡은 합주실에서 마이크 몇 개와 노트북, 합주실의 악기들을 사용해 녹음했고 믹싱 역시 지윤해와 김나은의 집에서 이루어졌다. 2014년의 EP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녹음을 했었지만 기타를 추가함으로써 3인조 사운드의 약점인 여백을 채우려 했다면 정규앨범은 그 여백을 살리는 데에 집중했다는 점이 EP와는 다른 점이다. 밴드의 첫 정규앨범은 마땅히 이래야 한다거나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나 의지도 없었다. 밴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한다는 원칙만 있었을 뿐.

01 법원에서
02 미끼
03 뭐 좀 한 것처럼
04 너의 자세
05 부러진 의자에 앉아서
06 어느 거리에
07 빌리
08 친구
09 언젠가 그 날이 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