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 것 같은 대도시의 청년들, 질주하는 청춘을 매혹시키는 밴드 '포니(The Pony)'
자아도취적이고 무기력한 도시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그들만의 공간 'Little Apartment'

2009년, 포니의 데뷔 앨범을 인상적으로 들었다. 두 가지 맥락에서 인상적이었는데 하나는 음악적으로 2000년 이후의 해외 음악 트렌드를 전면적으로 껴안은 사운드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태도와 패션 때문이었다. 전자는 개러지 록에 신스 사운드를 가미한 스타일로, 후자는 (그때 막 유행하기 시작한 말대로) '시크'한 이미지와 솔직한 인터뷰 등에서 연상된 '왠지 만만치 않을 것 같은' 인상으로 드러났다. 이런 감상은, 적어도 내게는, 어떤 변화에 대한 징후였다. 요컨대 포니는 한국 인디의 질적 성장과 함께 대중매체나 팬들이 '인디' 밴드를 다루거나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었음을 상징하는 표지였다.

3년 만에 발표한 포니의 신작 'Little Apartment'은 5곡이 수록된 EP다. 물론 밴드의 말대로라면 정규 앨범도 곧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EP는 정규 2집을 가리키는 나침반이거나 예고편일 것이다. 이때 인상적인 건 이 다섯 곡이 지난 앨범의 시끌벅적한 트랙들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소란들"과 "밤새 미친 사랑을 나눠요"보다는 "멋진 신세계"나 "나쁜 피"에 더 가깝다는 얘기다. 물론 1집을 관통하던 신서사이저나 쨍한 기타 톤은 더욱 과감하고 세밀하게 반영된다.

01. 서울시의 봄
02. 너의 집
03. 라디오
04. 안녕
05. 누구의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