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라이선스로 발매되는 본 작은 사실 일본에서는 발매되지 않은, 한국 음악 팬들만을 위한 특별 편집음반이다. 일본어가 들어간 음반을 현재로서 발매할 수 없기에 영어로 쓰여진 곡들만을 모은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앨범보다도 훨씬 많은 숫자의 싱글을 발표해온 이들을 소개하는 데는 이런 방법도 썩 괜찮다. 일단 여기에는 정규 데뷔 앨범을 포함해 두 번째 앨범이 발매되기 전까지 발표된 곡들 중 대표적인 곡들이 모여있다. 일어로 된 곡들을 제외한다는 방침 아래 편집된 것이니 만큼 핵심적인 트랙들이 빠져 있지 않을까 염려 할 수도 있겠지만, 데뷔 앨범인 [Complain Too Much]만 놓고 보더라도 12곡 중에 일어로 된 곡은 5곡 뿐이고 그것도 앨범 뒷부분에 모여 있다는 점을 보면 그런 걱정은 잊어도 되겠다.

본 작 수록 곡들 중 ‘You Gave Me Love’, ‘Like I Lay Down’, ‘With This Affection’, ‘Hope And Falsity’, ‘It’s Gonna Never Change’, ‘Unknown Language’, ‘Complaining Too Much’ 등 일곱 곡이 정규 데뷔 앨범에서 그리고 나머지는 맥시 싱글로 발표되었던 곡들이다. 작사는 대부분의 곡에서 보컬을 맡은 미유키가 담당했고 작곡은 둘이 함께 한 경우가 많다. ‘Complaining Too Much’는 미유키가 작사와 작곡을 모두 담당한 곡인데 카펜터즈(Carpenters)를 연상케 하는 단아한 멜로디와 심플한 구성이 일품이다. 한편 ‘I Lost My Guitar’는 다이스케의 기타와 프로그래밍만으로 이루어진 연주 곡. 댄서블한 리듬과 크로스오버적인 기타 연주가 어울려 이국적인 흥겨움을 만들어내고 있다. ‘DSK America’ 역시 그의 연주 곡으로 아련한 여운을 주는 기타의 울림은 이 앨범의 엔딩으로 진한 우수를 남긴다. 뭐니뭐니 해도 이들 최대의 강점인 멜로디의 친근함을 즐길 수 있는 대표 중의 대표 트랙은 ‘(You are) More Than Paradise’ 같은 곡이다. 이런 곡들에서 비단 국내의 일본 인디 팬들 뿐 아니라 보다 더 일반적인 대중들까지도 사로잡을 만한 가능성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정규 앨범은 아니지만 비교적 초창기 작품의 종합판으로 이 앨범은 포트 오브 노츠라는 밴드의 매력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포크 록을 저 밑의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어떤 장르에도 얽매이지 않고 또 지나친 자의식에도 집착하지 않으면서 이들은 자기들의 아이덴티티를 자신감 있게 확보하고 있다. 한편 포트 오브 노츠의 틀 안에서뿐만 아니라 하타케야마 미유키는 자신의 이름으로 그리고 코지마 다이스케는 DSK라는 이름 아래 솔로로도 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이 편집 음반이 맘에 들었다면 포트 오브 노츠의 정규 앨범들 그리고 솔로 작품들까지 호기심을 좀 더 확장시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01 You Gave Me A Love
02 (You Are) More Than Paradise
03 Lilac
04 Complaining Too Much
05 Patient Parents
06 Like I Lay Down
07 With This Affection
08 It's Gonna Never Change
09 Unknown Language
10 Hope And Falsity
11 I Lost My Guitar
12 Dsk Am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