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십일)은 사운드 아티스트 김지연의 솔로 프로젝트이자, 첫 EP의 제목이다.
11은 세상을 들여다보는 틈이자, 자기반복, 대칭, 자신의 그림자를 나타낸다.

EP <11>은 어느 한 계절, 특정한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공기가 입에서 숨처럼 흘러나와 노래가 된 음악들의 모음이다.

11은 2010년부터 다양한 환경과 장소에서 소리녹음을 해왔다. 녹음하는 순간의 기운과 소리가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이야기로 변화하는 것을 경험하였는데, 이것이 앨범을 만드는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 봄날의 공터, 초여름의 장마, 안개 스민 새벽 도로 같은 구체적인 날씨와 상황을 연상하게 만드는 트랙들은 실제로 모티프가 된 소리, 묘사적인 가사, 그리고 11의 보이스와 한데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다.

두꺼운 모래알이 느껴질 듯한 질감의 신스와 어딘가로 향하는 발자국소리로 시작하는 <디어 메이(dear may)>는 아직 오지 않은 봄을 기다리는 나른함과 설렘을 차분한 보이스와 코러스로 담아내고 있는 타이틀 곡이다. 유리잔에 부딪히는 빗방울들의 소리로 시작하는 <레인드랍(raindrop)>은 읊조리는듯한 보컬과 아련한 코러스, 몽환적인 기타 사운드가 초여름 소나기의 청량함을 전한다. <손톱(nail)>과 <짙은밤(fogbound)>은 11의 일렉트로닉적인 감성을 보여주는 노래들로 각각 날카롭게 부서질 듯한 허약한 마음과 안개 속으로 흩어지는 밤의 표정을 노래와 사운드의 독특한 조합으로 엮어간다. <겨울빛(winter light)>은 겨울 햇살 특유의 차고 영롱한 기운과 한 줌의 빛이 좁은 방을 서서히 온기로 채워나가는 모습을 담담한 목소리로 전달한다.

01. 디어 메이 dear may
02. 레인드랍 raindrop
03. 손톱 nail
04. 짙은밤 fogbound
05. 겨울빛 winter 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