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발매된 허클베리핀 1집 앨범 '18일의 수요일'은 일찍이 듣지 못했던 치열한 긴장감과 격렬한 허탈감이 배어 있었다. 너바나와 소닉유스에게서 영향을 받은 그런지와 노이즈는 앨범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장르였고, 무엇보다 비트 해프닝의 단순하면서도 직설적인 음악의 문법은 분노를 넘어선 쓸쓸함의 탄생에 가장 큰 기여를 했던 요소다. 보컬을 맡고 있는 남상아의 목소리는 아주 인상적이다. 우선 그 저명한 패티 스미스, 그리고 킴 고든이 떠오른다. 남상아의 목소리는 황무지 한가운데를 가로 지르고 있는 바로 그 느낌을 제대로 전해 주고 있다. 대게 이기용이 만든 곡들과 궁합이 아주 잘 맞는 음색이다. 그런지의 유행이 거의 완전히 가버린 이제야 우리는 온전한 국산 그런지 음반 한장을 손에 넣게 된 것이다. 결코 새로울 것이 없는 대신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은 오랜시간 들여 잘 익힌 완성도 높은 앨범이다.

01. 보도블럭
02. 첫 번째곡
03. 당당
04. 불을 지르는 아이
05. 허클베리핀
06. 풀
07. 갈까마귀
08. 사마귀
09. Teaher Says?
10. Work
11. 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