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반에 수록된 곡들의 녹음은 크나퍼츠부슈가 전후 바이로이트 훼스티벌의 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하던 1950년대 초반에 이루어졌다. 그는 초기작인 『리엔치』를 포함한 모든 곡을 바이로이트에서 지휘했다. 이 빈 휠하모니와의 레코딩 역시 절정에 선 대가의 풍모를 만끽할 수 있는 역작들이다.
크나퍼츠부슈의 레퍼토리는 결코 많은 편이 아니다. 그는 무엇이든 다 해내는 카라얀류의 지휘자가 아니다. 그는 자기가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최고로 표현해 내는 데에 기쁨과 자랑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바그너와 브루크너 연주에서 그러했다. 브루크너 연주는 원전판(原典版)을 쓰지 않는 야릇한 고집(?)이 얼마간 저항을 느끼게 할지 모르지만, 바그너 연주는 태산 준령처럼 우뚝 치솟은 거봉(巨峰)이다. 그는 음악의 내부로 깊숙이 파고들어 바그너가 쓴 모든 음표에 불길과 생명을 부여했고, 악단원을 그 불길 속에 휩싸이게 하는 비술을 터득하고 있었다.

01. Wagner : Tannhauser : Overture
02. Wagner : Der Fliegende Hollander : Overture
03. Wagner : Die Walkure : Ride Of The Valkyries
04. Wagner : Parsifal : Prelude (Act 1)
05. Wagner : Siegfried : Forest Murmurs
06. Wagner : Rienzi : Over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