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보다 독특한 밴드명과 노래 도중 기타리스트의 허벅지를 물어뜯는다는 안이영노의 해프닝으로 이미 언더그라운드의 스타가 되어버린 허벅지 밴드가 발표한 대망의 데뷔앨범. 이전에 활동하던 록밴드의 편성에서 바이얼린을 가입시켜 록에서 고딕록(?) 쪽으로 변화를 추구했다. 그룹송인 '허벅지'는 스트레이트한 록으로 별 의미없이 허벅지만 외쳐대는 곡이다. '마담 사드'는 무심코 들으면 슬픈 사랑의 노래 같지만, 내용을 곰곰히 씹어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애인을 새디스트의 대명사인 '사드'로 비유해서 나를 마구 괴롭혀도 좋으니 제발 떠나지만 말라고 처절하게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대표곡이자 히트곡인 '뜯어먹어, 날'은 바이얼린이 가세하면서 이전 버전과는 색다른 맛을 주는데, 그것은 스위트의 명곡 Love is like oxygen을 연상케 한다는 점이다. 가사는 마담 사드와 같이 피가학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진짜 펑크?'에서는 펑크의 형식과 정신을 빌어 지독한 독설로 뮤지션들간의 알력을 조롱하고 있고, '벗어!'에서는 현대인의 위선과 허례허식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하고 있으며, '나비야'는 지하철에서의 추행(?)에 대한 노래인 듯하다. '예쁜 척 베이비'는 느린 템포를 시작해서 트위스트로 바뀌는 '아무 생각없는 여자'에 대해 얘기하는 듯하며, '아픈 기타'는 고장난 기타를 통해 인생무상을 얘기하는 듯하다. 이렇듯 허벅지 밴드의 노래는 천박한 내용을 소제로 삼고 있지만, 그 의미심장함으로 인해 많은 저질 밴드가 만들어낸 추잡한 가사와는 단연 구별된다. 그러한 점에서 밴드의 리더 안이영노는 눈여겨 보아야 할 사람이다.

01. 허벅지
02. 뜯어먹어, 날
03. 마담사드
04. 진짜펑크?
05. 벗어!
06. 나비야
07. 예쁜척 베이비
08. 아픈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