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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오후, 숲의 새벽이 되다
장필순7집 SOONY SEVEN

온 도시의 거리를 붉은 티셔츠의 무리들이 가득 메우던, 소란스럽고 뜨겁던 그 해,
더할 수 없이 메마른 장필순의 6집이 조용히 세상에 던져졌다. 귀 밝은 소수의 사람들이 찬사를 퍼부었던 명작이었지만 세상은 크게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리고 십년이 넘는 긴 침묵이 이어졌다. 장필순, 조동익을 비롯한 그 무리들은 서울을 떠나 제주에 은거한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들의 음반을 아껴 듣던 이들은 아마 저마다의 바쁜 삶으로 휘말려 들어갔을게다.

그리하여 우리가 기억하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너무나 비범하지만 너무나 메말랐던, 도시적인 감성 안에 나른함과 온기마져 전자음으로 기화되었던 순간이었다.
손 뻗으면 바스라져 사라질 것 같던, 신기루 같던 그 소리들 속에 어떤 쓸쓸함이 있었던가. ‘푸른곰팡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이 다시 모였다는 소문, 간간히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른다는 소식이 이어지기 시작하던 최근, 아마도 많은 이들은, 드러내놓고, 혹은 은근히, 기다렸을 것이다. 장필순의 새 앨범, 그리고 숲으로 사라졌던 조동익의 귀환 소식을.

그렇다. 그렇게, 드디어… 돌아왔다.
그간의 시간이, 그리고 제주라는 새로운 삶의 공간이 그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긴 말 필요 없이 정적 속에 울려퍼지는 ‘눈부신 세상’의 경건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된다. 조동진 5집에, 역시 조동익의 편곡으로 실렸던 이 곡은 원곡의 영적인 느낌은 가져오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옷을 입었다. 깊은 고요 속에 종소리 처럼 울려퍼지는 단 하나의 건반 소리, 차가운 대기와 어둠을 가르며 서서히 밝아오는 새벽처럼 앨범의 포문을 연다. 이 남다른 공간 속에 문득 폭포처럼 쏟아지는 코러스에 정신이 번쩍 든다.

  01. 눈부신 세상
  02. 무중력
  03. 너에게 하고 싶은 얘기 (타이틀)
  04. 그리고 그가슴 텅 비울수 있기를
  05. 맴맴
  06. 1동 303호
  07. 휘어진 길
  08. 빛바랜 시간 거슬러
  09. 난 항상 혼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