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와도 구별되는 독특한 감성의 목소리, 리리시즘과 냉소, 재치가 퍼즐처럼 뒤얽힌 가사로 20년간 영국 젊은이들로부터 컬트적인 애정을 받고 있는 팝 아티스트 Morrissey(모리씨)가 7년간의 칩거 끝에 신작 앨범을 내놓았다. ‘당신이 표적’이라는 기이한 제목과, 이제는 완연한 중년의 모습이 된 그가 댄디한 정장차림에 기관총을 들고 있는, 약간은 황당하면서도 어쩐지 깊은 속뜻이 담겨있는 듯한 사진을 커버로 사용한 이 앨범은 발매되자마자 영국 차트 2위에 랭크 되면서 때 아닌 Moz(모리씨의 팬들이 그를 부를 때 사용하는 애칭)열풍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모리씨는 물론, 영국의 뮤지션들에게 유독 인색한 반응을 보냈던 미국 시장마저도 그의 신작을 차트 11위에 올리며, 같은 주 앨범을 발매한 Lenny Kravitz를 비롯, 미국의 유력한 아티스트를 압도하는 이변을 연출시켰다.

이미 독자 투표를 통해 그를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 1위”로 지목한 바 있는 영국의 유명 음악지 NME는 물론, GQ와 같은 패션 잡지에서도 그와의 인터뷰를 대서특필하며 “왕의 귀환”을 열렬히 환영하였으며, 특히 그의 고향인 Manchester 및 London, Glasgow등에서 가진 대형 경기장에서의 공연에서는 이제는 중년이 된 80년대 팬들과, 신보를 통해 그를 좋아하게 된 어린 팬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감동적인 무대를 연출하기도 하였다.

Morrissey는 R.E.M, U2와 함께 “80년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밴드”로 평가 받고 있는 The Smiths의 목소리로써 레이건(노믹스)와 대처(리즘)등으로 상징되는 보수주의에 억눌려있는 젊은이들에게 이상향을 제시하였으며, 밴드 해체 이후에도 솔로 활동을 계속, The Smiths 시절에 버금가는 컬트적인 지지를 받게 된다. 특히 무대위로 난입해서 그에게 포옹과 키스를 퍼붓는 팬들 때문에 엉망이 되어 한 번도 정상적으로 끝을 맺을 수 없었다는 그의 공연은, Morrissey가 그의 팬덤들에게 마치 종교와도 같은 존재였음을 입증하는 사례였다.

이토록 그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우선 탁월한 문학성을 갖춘 가사가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동시대의 수많은 팝스타들이 공허한 사랑 타령만을 하고 있을 때 “왜 나는 당신들과 같을 수 없는가”라고 하는 소외된 자의 아픔-혹은 묘한 나르시시즘-을 토로했던 모리씨의 가사는, 그의 노래를 사랑하는 우울한 청춘들에게 바로 자기 자신의 이야기로 다가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비영어권 국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환영 받기 힘든 그였지만, 전성기인 80년대에서 20년이 지난 오늘 날 까지 ‘40대의 록스타’로 젊은 팝/록 팬들에게 더욱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그의 음악을 새로운 기분으로 감상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1. America Is Not The World
2. Irish Blood, English Heart
3. I Have Forgiven Jesus
4. Come Back To Camden
5. I'm Not Sorry
6. The World Is Full Of Crashing Bores
7. How Can Anybody Possibly Know How I Feel?
8. The First Of The Gang To Die
9. Let Me Kiss You
10. All The Lazy Dykes
11. I Like You
12. You Know I Couldn't La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