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상처 딛고 한층 밝아진 음악으로 돌아온 관록의 여성 록 싱어 송라이터

멜리사 에더리지의 음반이 본격적으로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은 “I'm The Only One”(빌보드 싱글 차트 8위), “Come To My Window”(25위), “If I Wanted To”(16위) 등의 히트 싱글을 터뜨리며 미국 시장에서만 6백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앨범 [Yes I Am] 덕분이었다. 물론 데뷔작인 [Melissa Etheridge](1988)가 200만 장, 2집 [Brave And Crazy](1989)와 3집 [Never Enough]가 각각 10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으니 데뷔 때부터 성공을 거둔 아티스트라 할 수는 있지만 4집의 성공은 일약 그녀를 1990년대를 견인할 여성 록 싱어 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로 부각시키기에 충분했다.
사실 보컬리스트로서의 멜리사 에더리지는 그 당시나 지금이나 단연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 할 정도로 돋보이는 존재다. 허스키한 보이스 컬러는 물론이고 '발전소(powerhouse)'라는 별명에 걸맞는 힘이 넘치는 보컬 스타일은 여타 여성 록 보컬리스트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1990년대를 풍미한 돌로레스 오리어던 등 일련의 여성 록 보컬들이 내지르는 보컬을 구사하지 않고도 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반면, 팝에 바탕을 둔 포크 록 사운드를 구사한 멜리사 에더리지는 마치 재니스 조플린을 떠올리게 하는 거친 목소리에 힘을 실어 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전해주었다.
하지만 멜리사 에더리지에게는 데뷔 시절부터 음악 못지않게 대중의 관심을 끄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건 바로 데뷔 무렵부터 끈질기게 그녀를 따라다닌, 그녀가 레즈비언이라는 의혹이었다. 4집 [Yes I Am]은 어찌 보면 당당하게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밝히는 선언적인 의미를 지닌 앨범 제목이기도 했다. 알려진 대로 그 뒤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기도 했고, 얼마 뒤 오랫동안 함께 했던 연인과 결별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는데, 성 정체성에 관한 편견과 곱지 않은 시선이 팽배해있는 상황에서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은 그녀에게 인간적으로 많은 고통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그런 한편으로 창작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녀가 앨범에 수록한 노래들에는 자기 고백적인 솔직한 노랫말들이 담겨있었고, 이는 팬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는데 그녀가 성공을 거둔데에는 이러한 솔직함도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아기자기한 멜로디와 가녀린 목소리로 노래하는 여성 보컬들과도 다르며, 코트니 러브처럼 과감한 섹스 어필을 내세운 것도 아니면서 멜리사 에더리지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솔직함, 그리고 현시대의 다른 여성 로커들이 갖추지 못한 '힘'을 지닌, 정통적인 어법에 근거한 록 사운드를 구사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1. Lucky
2. This Moment
3. If You Want To
4. Breathe
5. Mercy
6. Secret Agent
7. Will You Still Love Me
8. Meet Me In The Dark
9. Tuesday Morning
10. Giant
11. Come On Out Tonight
12. Kiss Me
13. When You Find The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