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이의 소풍, 2번째 앨범
봄이 왔다. 나무는 새싹을 틔우고, 벚꽃은 만발하고, 전국의 모든 공원 벤치들이 커플들로 득실대는(솔직히 이 현상은 시즌리스지만 특히 봄에 더. 제길.) 봄이 다시 왔다. 겨울의 싸늘함이 아직 남아있는 봄바람을 타고 유발이가 소풍가자고 놀러왔다. 도시락대신 2집 음반을 들고.

유발이의 소풍은 유발이가 리더이자 노래도 하고 곡도 만들고 키보드도 친다. 혼자 다해먹고 있다. 재즈스러운 어쿠스틱 음악을 하고 있다. 아니면 어쿠스틱스러운 재즈 음악인가? 아무튼 재즈한 감성과 어쿠스틱한 감성을 잘 섞고 싶어 하는 그런 음악을 하고 있다. 밴드 이름의 컨셉에 맞추기 위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아마도 그런 것 같다.) 1집 2집 모두 4월에 출시되었다. 홍대 앞을 돌아다니며 나그네마냥 재즈밴드에서 키보드를 치던 유발이는 제대로 된 밴드를 만나 제대로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것이 재즈밴드 ≪HEUM≫이다. HEUM에서 키보드 세션과 여자를 담당했다. 눈썰미 좋은 EBS에서 HEUM을 주목했고, <헬로루키>로 선정되어 재즈에서 몸담고 계시던 분들의 이목을 끌게 되었다. 유학 가기 전에(이때 아니면 언제 해 보겠어 마인드로) 노래 잠깐 불러봐야겠다던 유발은 5번만 공연하고 프랑스로 떠나자 계획을 한다. 틈틈이 불어를 배우며 공연을 하다가 마지막 5번째로 한 공연이 <제천 국제 음악 영화제>였다. 이 마지막 공연에서 대상을 받게 된다. 유발이도 놀랐고 HEUM도 놀랐고 나도 놀랐다. 얼떨결에 이 성공적인 마지막 공연을 시작으로 유발이의 소풍은 결성되었다. 10년 4월에 나온 첫 번째 앨범 ≪유발이의 소풍≫은 기대에 비해 작은 나름의 성공을 얻었고 이로써 차기 앨범들에 대해 약간의 희망을 보게 된 유발은 이번에도 프랑스행 티켓을 고이 접어 옷장 속에 넣어둔다. 그렇다고 HEUM은 집어 쳤을까? 아니지. HEUM 1,2집 정규앨범에서도 키보드 세션과 피아노 선생님 그 밖에 여러 음악의 키보드 세션도 맡아하고, 라디오방송도 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다.

1집에서는 캡틴락(한경록), 이한철, 조준호 님의 목소리가 함께했다면 2집에서는 김창완 아저씨가 함께해주신 한곡을 제외한 모든 곡이 오롯이 유발의 목소리로만 이루어졌다. 뭔가 유발이 자신이 하고 싶던 얘기를 좀 더 제대로 들려주겠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앨범도 이리저리 생활소음에 쩔어 피곤했던 우리들의 달팽이관을 쫄깃쫄깃하게 스트레칭 해주는 테라피 앨범이 될 것이다. 듣기 편하고 편하며 시원하고 맑다. 유발이도 학교에, 일에, 세상에 묶여있는 우리에게 노래듣는 순간만이라도 봄 소풍 가는 기분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아니면 말고.

01. 봄, 그리고
02. 소풍  타이틀 곡
03. 시계
04. 천천히 다가와
05. 선물 (김창완아저씨랑)
06. If You Really Could
07. 전화통화 (skit)
08. 엄살
09. 향기
10. 휴지에 칸이 없네
11. 바다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