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농쿠스가 마법의 숨결을 불어 넣은 숨겨진 걸작

모차르트가 19세에 작곡한 오페라 부파 <가짜 여정원사>는 공연될 기회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음악적인 문제보다 부파의 틀을 벗어난 기이한 캐릭터와 줄거리 때문이다. 주인공 산드리나(소프라노)는 연인으로부터 의심받아 칼에 찔렸다가 기사회생하여 옛 연인을 찾아 나선다. 벨피오레(테너)는 산드리나를 죽였다고 착각하고 멀리 도망하여 그곳의 숙녀인 아르민다와 결혼하기 직전이다. 이곳에 여정원사로 위장한 산드리나가 나타나고 더 많은 남녀가 가세하여 복잡한 애정관계가 펼쳐진다. 그러나 산드리나와 벨피오레의 행동이 비상식적이고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 대본의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오스트리아의 배우 출신 연출가 토비아스 모레티는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설득력 있는 해석을 꾀했다. 두 주인공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살해시도라는 충격적인 사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 것이다. 청초한 소프라노 에바 메이(산드리나), 글래머스타 이자벨 레이(아르민다), 매력적인 금발의 테너 크리스토프 스트렐(벨피오레) 등이 출연했으며, 우리 시대 최고의 모차르트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가 마법 같은 연주를 펼친 2006년 2월 취리히 오페라 실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