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민중의 영웅 리엔치가 가증스런 독재자의 모습으로 부활하다

5막 오페라 [리엔치]는 명실상부한 바그너 최초의 출세작이었지만, 그는 후일 바이로이트에서 이 작품의 상영금지를 명하였다. 자존심 강한 그로서는 당시의 유행을 좇아서 프랑스 그랜드 오페라 양식을 충실히 모방했던 이 작품이 그리 탐탁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유명한 서곡을 비롯하여 후일 바그너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빼어난 선율의 아리아와 합창들을 담고 있기에 이 작품을 아끼는 바그네리언들도 많다. 특히 히틀러가 가장 사랑했던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2010년 베를린 도이치오퍼에 올랐던 필립 슈퇼츨의 프로덕션은 작품의 기존 내용을 완전히 비틀어놓은 충격적인 해석으로 화제를 모았다. 본 프로덕션에서 14세기의 로마는 제3제국으로 배경을 바꾸었고, 위대한 민중의 영도자 리엔치는 히틀러를 연상케 하는 가증스런 독재자의 모습으로 거듭났다. 무대 후면에 투영되는 옛날 기록영화 풍의 화면이나 2층 무대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연출기법도 기발하기 그지없다.


- [리엔치]는 바그너가 파리에 체류하던 시절인 1840년에 완성한 대작 오페라다. 벌워-리튼의 역사소설 '마지막 호민관, 리엔치'를 토대로 자신이 리브레토를 완성하였고, 당시 파리에서 유행하던 마이어베어 풍의 그랜드 오페라 스타일로 이 작품을 완성하였다. 1841년 q0월 새로 개관된 드레스덴의 젬퍼오퍼에서 있었던 초연무대는 상당한 성공을 거뒀고, 이로 인해 바그너는 작센의 궁정작곡가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