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3인조 그룹 솔리드가 멋진 화음을 들려준 이후 R&B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꽤 늘었다. 하지만 R&B는 깊이를 필요로 하는 호흡과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가창력 때문에 함부로 시도할 수 없는 장르이다. 아울러 섣불리 조직된 팀으로 요행에 가까운 승부를 볼 수 없는 음악이기도 하다. 그 어려운 음악을 하겠다고 불쑥 나선 네 남자는 한 유명 라디오 방송의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앤썸을 출범시켰다. 이들은 빈틈없는 하모니를 주무기로 데뷔 앨범 제작에 착수했다. 신인답지 않은 원숙함이 가득 실린 앤썸의 1집은 1999년 공개됐다.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화음과 포근한 멜로디가 깔린 ‘언제나 내 곁에’, 김효수와의 듀엣곡인 ‘약속’이 사랑 받으며 이들은 지명도를 얻어 나갔다. 허세가 담긴 과장보다는 소박한 보컬만으로 승부를 걸었던 이 음반은 꽉 짜인 구성이 돋보인다. 빠른 템포의 곡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금 더 가까이’와 한 구석을 일부러 비운 듯한 발라드 ‘재회’등 매력적인 넘버들이 가득하다. 악기의 영향력을 최대한 배제한 미성의 보컬이 이 팀이 지닌 최대의 강점이었다. 음역별로 각각 분리된 멤버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조화도 뛰어났다. 각각의 보이스 톤을 끌어 모아 절묘하게 합일점으로 향하는 ‘변심’이 그들의 멋진 팀 플레이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예다. 이들의 음악은 감상하고 난 후에 기화해 버리는 말랑말랑한 곡들과는 다른 부피감을 제공해 준다. 당연히 그 양감은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이들의 목소리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듣고 난 다음에도 느낄 수 있는 잔여의 아름다움이 앤썸의 음악에는 존재한다. 처음 음반을 들었을 때 느껴지는 감미로움을 넘어서는 진한 뒷맛은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이다. 역시 보컬은 아티스트가 팬에게 선사하는 최고의 악기이다.

01. 변심
02. 언제나 네곁에
03. 힘들어
04. 널 가질 수 있다면
05. 조금더 가까이
06. 혼지만의 사랑
07. You're The Only One
08. 약속(Duet With 김효수)
09. 추억속에
10. 제발
11. 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