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키지 뒷면에 약간의 얼룩이 있습니다.

집을 나온 거위는 어디로 가나? 무엇을 하나? 아니, 그보다도 누구를 만나게 되나?
어째서 많은 동화들은 거위를 품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동화들처럼,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집을 나와 세상에 도착한 거위들이 노래를 시작한다. 취미입니다, 라는 그다지 거들먹거리지도, 젠체하지도 않는 타이틀처럼, 거위들이 소박하게 노래한다. 거위들이 만나는 사람들은 엄마 아빠일 수도 있고, 수위 아저씨일 수도 있고, 나이거나 당신일 수도 있다. 이들의 노랫말은 짧고 어여쁘며, 당신도 한때, 혹은 지금도 품고 있음직한 바람들을 단순한 멜로디에 조곤 조곤 담아낸다. 거위들은 당신을 마음병동으로 실어 나르고, 다시 실어 오고,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선율의 파도에 가만히 실어 보낸다. 그러다 보면 때로는 작은 마법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너의 기타에서 하프시코드 소리가 들리는.

당신이 듣게 될 거위들은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고, 아무 것도 선언하지 않는다. 비록 마음을 가져가시려거든 영수증을 끊고 가시라고 말하더라도, 너의 노래에 내 이름을 넣어 달라고 말하고 있더라도. 지금까지 당신이 읽었던 동화들을 생각해보라. 거위들은 항상 머리를 길게 땋아 내린 여자아이들 곁에서 착하고 유순하게 앉아 있지 않았던가? 가끔 마음에 들지 않는 어린 주인을 긴 부리로 쿡쿡 찌르기도 하면서. 혹은 순진한 아이들을 꾀어 숲으로 강으로 홀려내기도 하면서. [집 나온 거위]의 노래들이 꼭 그렇다. 단지 내가 이들의 이름에 홀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1    마음병동
2    만난다
3    답장
4     볼래요
5    너의 기타에서 하프시코드 소리가 나
6    오늘은 새벽안개 속에서
7    티켓 투 미
8    이따 해요
9    (전재산을 다 터는) 자장가
10    (일백번을 다 세는) 자장가
11    겨울숲
12    교환환불불가
13    답장 앵콜